본문 바로가기

클라리넷 음향학

클라리넷 통 (클라리넷 배럴 barrel)

  

요 작은 것이...

(사진출처 http://www.pspriggs.com/barrels.jpeg)

 

 

클라리넷에서 통 barrel은 왜 이 부분이 독립해서 남게 되었는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부분이다. 1700년대 클라리넷 초기 악기들을 살펴보면 통이 따로 있지 않고, 주로 나팔꼭지 mouthpiece 에 붙어 하나로 되어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작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조율을 임의대로 하기 위해 독립된 부분이 되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하지만 통을 이용해서 하는 조율은 완벽하지가 않다. 클라리넷을 낮게 조율하기 위해, 길이가 긴 통을 사용하거나 통을 약간 빼서 표준율 (내림나 클라리넷으로는 나) 440Hz에 맞춘다해도, 그에 따라 throat 음역으로 알려져 있는 사4 내림나4(클라리넷 기보)는 오히려 높아지게 된다 (관악기가 갖고 있는 물리적 한계이다. 목관악기는 한 옥타브 이상으로 만들면 완벽한 조율은 불가능하다).

 

클라리넷 연주자들 사이에선 통을 따로 구입하여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통이 나팔꼭지나 리드처럼 결정적이진 않지만, 클라리넷 음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흔히 수제통, 고가통, 전문가용 통등의 용어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대규모  클라리넷 제작회사에서 대량생산하지 않고, 소규모 제작자들이 소비자 주문에 맞춰서 소량생산하는 통들을 일컫는 말이다. 만드는 과정은 대규모 제작사들이나 소규모 제작자들이나 별 차이가 없으므로, 개인적으로 소비자주문 통이란 용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이런 소비자주문 통중에 연주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것이라면, 먼저 메닉 Moennig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메닉 통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관악기 수리사로 유명했던 한스 메닉 Hans Moennig 1940년대 말 당시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의 수석 클라리넷주자였던 뢀프 맥클레인 Ralph McLane (풍부한 음색으로 유명했고, 보스톤 교향악단의 수석이였던 해롤드 롸잇 Harold Wright 의 스승)과 함께 안쪽 관모양을 다양하게 바꾸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성공을 거둔 통이다.

 

메닉 통이 꾸준한 인기를 얻자, 몇 년 후 부페사에서는 이 통의 디자인을 자사 클라리넷에 채택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원제품인 메닉 통과 같은 효과는 거두지 못해 (아마도 대량생산시 피할수 없는 품질저하?), 이에 비판적인 연주자들은 원조 메닉 통을 따로 구입하였고, 이와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원조 메닉 통은 인기가 좋다.

 

물론 모든 연주자들이 소비자주문통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 현재 자신의 클라리넷 음색에 만족한다면 굳이 비싼 값을 치르고 다른 통을 구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클라리넷을 처음 샀을때 원래 있던 통이 애초에 제작자들이 전체 디자인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잘 맞을 확률이 가장 크다.

 

하지만 대량생산되는 클라리넷을 보면 통과 나팔 bell에는, 윗관과 아랫관과는 달리 일련번호가 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통과 나팔은 모델에만 맞게 제작하기 때문이다즉 부페일 경우 RC, R13, Festival 용 등등으로 말이다. 완제품으로 포장할때 윗관과 아랫관은 일련번호대로 넣지만, 통과 나팔은 모델에만 맞춰서 여러 개 중 아무거나 넣어서 포장후 완제품으로 출시한다. 이 때문에 비록 전체 디자인을 고려해서 통을 제작했다 하더라도, 일일이 불어보고 가장 좋은 조합을 찾은 후 판매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자신의 클라리넷으로 가능한 최상의 조합을 찾거나, 뭔가 새로운 음색을 찾는 연주자라면 통을 바꾸어 보는 것은 하나의 좋은 시도이다. 또 현재 자신의 클라리넷에 만족한다 하더라도, 섬세한 조율을 위해서 짧은 통을 갖고 있는 연주자라면 긴 통을, 반대로 긴 통을 갖고 있는 연주자라면 짧은 통 하나 정도는 따로 구입하는 것이 합주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7cm도 안되는 통이 클라리넷 전체소리에 영향을 주는가?하고 묻는 이들이 있다면, 답은 그렇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클라리넷 통은 리드와 나팔꼭지가 처음으로 소리를 만들어낸 후 가장 먼저 도달하는  클라리넷의 부분이다. 네이버 클라리넷메니어 까페의 아마데우스님이 비유한  클라리넷에 있어 통은 오디오에 있어서 프리앰프란 표현은 참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음색에 영향을 주는 통의 요소들은, 길이, 두께, 안쪽 관모양 (지름의 변화) 이다.

 

첫째, 통의 길이는 우리가 클라리넷을 조율할때도 알 수 있듯이 일단 음높이에 영향을 준다. 진동체가 길어질수록 음높이는 떨어진다. 인간의 귀는 낮은음을 들을 때 편안하다고 느끼는데, 특히 클라리넷은 낮은음으로 갈수록 같이 울리는 배음들이 많아져 울림이 좋다고 느낀다. 이런 이유로 물리음향학적으론 설명이 안되지만, 같은 모델의 클라리넷으로 같은 높이의 실음을 낼때도 악기 전체길이가 긴 가클라의 소리가 내림나클라보다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같은 이유로 많은 연주자들이 통길이가 길수록 음색이 풍부해지고 깊어진다고 말하고 있고, 합주시 조율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길이가 긴 통을 선호하고 있다.

 

The Clarinet and Clarinet Playing의 저자인 데이빗 피노 David Piono도 자신의 경험을 통해 통길이 68mm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고 적고 있다 (같은 책 42). 보통 통의 길이는 조율을 440Hz에 하느냐, 442Hz에 하느냐에 따라 64mm-66mm 사이이다. 내가 살펴본 바론 소비자주문 제품 중엔 69mm까지 있는 것을 보았다. mm 차이이긴 하지만, 길이가 긴 통을 쓰면 클라리넷의 조율이 미세하게나마 달라져서 부분적으로 낮아지고 저음이 강화되어서 울림이 풍부해진다고 느끼는 것이다.  

 

둘째로, 통의 두께가 음색에 영향을 준다. 흔히들 두께가 두꺼울수록 어두운 소리가, 얇을수록 밝은 소리가 난다고 느끼는 연주자들이 많다. 물리적으로 보면 재질이 어떤 것이건 간에 두께가 두꺼우면 얇을 때보다 진동에 둔탁하게 반응한다. 클라리넷도 이와 마찬가지로 관지름이 같은 두 클라리넷의 경우 나무두께가 얇은 클라리넷이 보다 쉽게 반응한다. 소리가 쉽고 밝게 나고, 스타카토도 쉽게 나지만, 소리가 모아지지 않고 흩어진다고 하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두께가 두꺼우면 무겁고 가라앉은 듯한 어두운 소리가 난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심리음향학적인 사실이다.  

 

통두께가 음색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물리음향학적으로 살펴보면 음높이와 관련해서 설명할 수 있다. 통이 두꺼울수록 열전달율이 떨어져 기온변화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음높이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우리는 클라리넷을 오래 불수록 음이 약간씩 높아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음높이는 공기의 절대온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공기안에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은 온도가 높을수록 그 운동이 활발해진다. 예를 들어 소리굽쇠를 섭씨 20도에서 치면 표준음높이인 440Hz가 나지만, 섭씨 24도에서 치면 약간 높은 442Hz가 난다. 우리 귀는 높은음일수록 잘 듣고 소리가 밝다고 느낀다   

 

우리가 고음을 밝게, 저음을 어둡게 느끼는 것은 서양음악 발달사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표준음높이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19세기 이전에는 기악에서건 성악에서건 자신의 연주를 다른 연주자들보다 화려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서 음높이를 경쟁하듯 약간씩 올리는게 골칫거리였다. 오페라 가수들은 이에 따른 성대고통을 호소하고, 프랑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59년 최초로 법으로 표준음높이 diapason normal 를 정하게 된다 .

 

정리하면, 통이 두꺼우면 클라리넷안의 공기온도가 빨리 변하지 않고, 이에 따라 음높이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음색이 밝아지지 않고 어둡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세째로, 통의 안쪽 관모양이 음색에 영향을 준다. 위에서 말한 필라델피아의 관악기 수리사 한스 메닉은 오랜 실험을 통해서 안쪽 관모양이 깔때기, 즉 관지름이 점점 작아지는 reverse taper 모양이 가장 좋은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위해 아래 그림을 보자. 통의 안지름이 점점 작아지다가 큰 지름의 윗관과 만나는 부분을 초크choke라고 하는데, 리드가 떨려서 생긴 정상파 (그림 실선)가 점점 좁아지는 통지름을 따라 작아지다가, 이 초크 부분에서 반사되어 (그림 점선) 높은 밀도로 역류하게 된다 (아래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과장되게 그렸다. 실제로 지름은 눈으로는 확인이 안될 정도로 아주 조금씩 작아진다. 내림나-클라리넷용 메닉통은 관지름 위는14.9606mm, 관지름 아래는14.732mm. 겨우  0.23mm 차이!).

  

                                                                      아래       

 

바로 이 점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데, 배음들이 12도에 더욱 가깝게 나므로 알티시모 음역의 음들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막아주고, 대신 쓰로트 음역을 약간 높게 소리나게 하며, 통안에서 생기는 고밀도의 반사파로 음파의 저항이 높아지므로 좀더 모아진 음색이 되는 것이다 (참고 http://urd.cyberstreet.com/jdhite/mouthpieces/shop1.htm).

 

이렇게 안쪽 관모양이 깔때기인 메닉통의 디자인은 부페사뿐 아니라, 다른 유명 제작자들도 거의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클라리넷뿐 아니라 악기에 대해 얘기할때 음색 timbre에 관한 논의는 쉽지 않은 부분으로, 특히 글로만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음색은 고정되어 있는 물리적 성질이 아닌 인간이 인지해서 판단하는, 즉 느낌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음색은 객관적으로 측정가능한 물리적 성질이 아닌, 주관적 판단에 의한 심미적 평가이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물론 현대 물리음향학자들은 음색을 측정가능한 배음의 조합과 균형으로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그것을 인간이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이상, 그 인식에 있어 개인차가 있는 것은 바꿀 수 없다.

 

같은 클라리넷 소리라도, 예를 들어 욀러식 클라리넷 소리는 어떤 이는 차분한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답답한소리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뵘식 클라리넷 소리를 밝은소리라고 말하지만, 어떤 이들은 날라가는소리라고 말한다. 혹자들은 욀러식과 뵘식에 대한 위의 일반적인 평가와는 전혀 반대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래서는 글을 통한 논의를 할 수가 없다. 때문에 클라리넷 소리/ 음색에 관한 토론을 할때는 악기음색 인식에 관한 용어의 표준화가 꼭 필요한 것이다.

 

위의 내용 중에서 통의 음색에 대한 평가는 참고서적, 다른 클라리넷 주자들과의 대화와 필자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장 다수가 동의하는 표현들을 쓰려고 노력하였다. 위의 평가와는 다르게 느끼는 이들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것이고, 또 옳은 것이다. 느낌의 문제에는 맞고 틀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통을 따로 사지 않고도 자신의 클라리넷에서 색다른 음색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예민한 귀를 갖고 있거나, 이해가 빠른 연주자라면 위의 그림설명에서 눈치챘을 만한 방법이다. 그것은 통을 조금씩 틀어보는 것이다. 클라리넷은 다섯개의 부분이 조립되어 하나의 관을 이룬다. 때문에 통을 조금씩 돌리면서 클라리넷을 불어보면, 음파가 생성되어 진동하는 장소인 마디들의 전체 안쪽 관모양이 약간씩 바뀌므로 다른 소리가 나올 수 있다. 같은 이치로 끝부분인 나팔을 조금씩 틀면서 불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 살펴본 바를 기억하기 쉽게 다시 한번 표로 정리해 보았다.  

 

통의 물리적 성질과 그에 따른 음색의 변화

 

 

길이

두께

안쪽 관모양

(깔때기 모양)

물리적 성질

길수록 낮은 음,

짧을수록 높은 음

두꺼울수록 온도변화에 둔감,

얇을수록 소리가 쉽게 난다.

조율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킨다.

음색

길수록 깊고

풍부한 소리

두꺼울수록 어두운 소리, 얇을수록 밝은 소리

모아진 소리

 

 

소비자주문통 유명 제품들

 

Backun 

http://www.backunmusical.com/index.html

http://www.woodwindcraft.com/sub02.html

 

Bill Lewington (길이조절가능)

http://www.bill-lewington.com/click.htm

 

Clark W Fobes

http://www.clarkwfobes.com/Productpage.html

 

듀오 클라리넷

http://www.duoclarinet.com/product/m3_s2.htm#

 

Howarth

http://www.howarth.uk.com/products.aspx?id=114&url=clarinetacc.html

 

Moennig, Chadash

인기가 좋은 제품이라 세계적으로 여러 도매상에서 취급하고 있다.

필자가 검색한 바로는 위의 런던 호워쓰에서 싸게 파는 것으로 보이는데, 더 가격비교를 해보고 싶은 이들은 인터넷에서 직접 검색해 보길 바란다.

한국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메닉과 차다쉬에 대한 설명

http://www.howarth.uk.com/pic.aspx?pic=./wo/cltBuffetBarrelsChad.jpg&pid=43078

http://urd.cyberstreet.com/jdhite/mouthpieces/shop1.htm

 

 

개인주문시 유의사항

 

맞춤생산을 하는 제작자들에게 통을 개인주문할 때에는 최소한 원하는 나무재질 보통 검정색인 아프리카 흑단 Grenadilla 아니면 갈색인 Cocobolo 가 주류, 자신의 클라리넷 모델명과 나팔꼭지 모델명 정도는 꼭 알려줘야 제작자가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문에서처럼 치수를 직접 알려주는 방법도 있다.

 

주문서 예문

I order a XX barrel in the Cocobolo finish.   

I play on a Buffet RC (S-Nr.38XXXX) and use a Viotto B40h mouthpiece.

Please give attention for the following details.

The diameter of the Viotto mouthpiece: 22mm (OUT-diameter) / 15mm (IN-diameter)

The diameter of the clarinet upper joint: 24mm (OUT-diameter) / 15mm (IN-diameter) 

 

 

 

© world copyright 2007 by Seung Soo LEE

블로그 글의 저작권은 이승수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