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클라리넷과 프랑스식 클라리넷의 차이점 2: 악기구조와 소리

욀러식 클라리넷은 무엇이 다른가?

 

앞서 말했듯이, 현재 독어권 - 독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근접지역 - 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인 욀러식은 베어만-오텐슈타이너식 클라리넷을 개선한 방식이다. 오스카 욀러는 당대 독일의 클라리넷 제작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모델에 구멍을 몇 개 더 첨가해서 음정교정과 음질개선, 무엇보다 소리가 나쁜 나와 바을 개선시켰다. 때문에 욀러식은 뵘식보다 마개가 더 많다. 중요한 개량으론 올림다, 낮은 마-바 교정, 바 /나 공명마개와 내림나 교정마개을 들 수 있고, 이것들은 모두 특허를 가지고 있다.

 

마개방식

 

마개방식에 있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뵘식은 아랫관의 마개를 오른손 검지나 중지로 눌렀을때 윗관의 마개도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욀러식은 그렇지 않다. 윗관과 아랫관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욀러식을 가장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오른손과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굴림대가 붙은 두 개의 마개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음질과 악기억양 개선을 위해 윗관 아래가 아닌 옆에 붙어있는 음역마개, 아랫관의 오른손 중지을 위한 마개덮개와 그와 연결되어 있는 두개의 바-공명마개, 나팔에 있는 낮은 마와 바를 위한 추가마개, 윗관의 갈라진 올림다/올림사 마개 등등이 뵘방식과는 다른 마개들이다. 좀 더 자세한 것은 아래 그림을 보자.

 

뵘식과 욀러식의 차이: 새끼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아랫관의 굴림대

(Rudolf Mauz. Die Klarinette. Schott Music International. 2006, 11쪽)

 

윗관의 음역키가 뵘식(위)과는 달리 욀러식(아래)에는 옆에 붙어있다.

(Hugo Pinksterboer. Tipbook Clarinet. The Tipbook Company BV. 2001, 50 쪽)

욀러식은 아랫관의 오른손 중지로 조작하는 마개에 덮개가 있으며

옆에 두개의 바-공명마개가 붙어있다. 이것은 음질개선을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책 51쪽)
 

욀러식은 나팔에 또 낮은 마와 바를 위한 추가마개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정확한 음높이를 얻기 위한 교정마개이다. (위와 같은 책 52쪽) 

 

나팔꼭지와 리드

독일클라리넷 특유의 소리에 빼놓을 수 없는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욀러식으로 대표되는 독일식 클라리넷은 뵘식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식 클라리넷과는 다른 나팔꼭지 Mouthpiece 와 그에 맞는 리드를 쓴다는 점이다. 독일식 나팔꼭지는 프랑스식 (일반적으로 1-1.2mm)에 비해서 더 작은 열림정도 tip opening (약 0.65-1mm)로 되어있다 (Hugo Pinksterboer. Tipbook Clarinet. The Tipbook Company BV. 2001, 69쪽). 이 때문에 독일식 나팔꼭지는 더욱 딱딱한 리드를 필요로 하게되고, 그에 따라 높은 음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 (두꺼운 리드라는 용어는 적절치 못하다. 제작사들이 매기는 호수는 두께보다는 딱딱한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리드를 갈대의 어느 부분에서 잘라냈느냐가 중요한 점이 된다. 때문에 리드의 성질을 나타낼때는 ‘딱딱한/ 부드러운 리드’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물론 리드가 두꺼울수록 불기가 어려워 딱딱한 리드를 쓰는 것과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은 사실이다). 

또 독일식 나팔꼭지는 리드비접면 facing length 이 (리드비접면은 리드가 나팔꼭지에 닿지 않는 길이를 가리킨다. 리드가 나팔꼭지에 닿는 면은 리드접면 facing이라고 한다)  프랑스식보다 길다. 독일식: 약 18.5-25mm, 프랑스식: 약18-22mm (위와 같은 책 69쪽). 나팔꼭지의 물리음향적인 성질로써, 리드비접면이 길면 그만큼 리드의 떨리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에 보다 넓은 음질을, 짧으면 떨리는 부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보다 모여진, 즉 한 곳에 집중된 듯한 음질을 얻게 된다. 이 때문에 독일클라리넷 소리가 좀 더 넓은 음질의 소리를 내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독일식 나팔꼭지는 크기가 달라 뵘식클라리넷에는 쓸 수가 없다. 필자의 경우 부를리쩌 나팔꼭지를 부페 RC에 써보려고 했지만, 부를리쩌 나팔꼭지가 크기는 작은데 관지름이 더 넓어서 윗관에 들어가지를 않았다.

 

 

클라리넷 나팔꼭지

(Hugo Pinksterboer. Tipbook Clarinet. The Tipbook Company BV. 2001, 61쪽)

 

독일식 나팔꼭지는 리드와 만나는 길 rails의 사이 너비가 프랑식보다 좁다. 그래서 프랑스식보다 작은 크기의 리드를 필요로 한다. 즉 프랑스식 나팔꼭지에 쓰는 리드보다 짧고 딱딱한 리드가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독일식 리드는 리드 제작사들이 따로 만들어 팔고 있다.  

     

사진의 각각 왼쪽이 독일식 나팔꼭지와 리드, 오른쪽이 프랑스식

(프랑스식 리드는 중간을 일자로 깍는 프랑스식 자르기 french cut 로도 구분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보듯 독일식 나팔꼭지엔 홈이 파여있어 감아서 리드를 고정시킬수 있는 끈 Schnur (독, 영어로는 twine) 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끈을 힘을 줘서 매면 미끄러지지 않기 때문에, 홈이 없는 프랑스식 나팔꼭지에도 사용할 수 있다 (아마 실제로 해 본 분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끈은 특수한 재질로 되어있는 것이 아닌 그냥 구두끈을 사용한다. 독일식 클라리넷을 사용하는 연주자들은 전통적으로 조리개가 아닌 끈을 선호하지만, 끈 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요즘에 들어서는 점점 많은 이들이 조리개를 선호한다. 독일식 나팔꼭지에 쓰는 조리개는 프랑스식에 쓰는 조리개와 모양은 같지만, 독일식 나팔꼭지 자체가 프랑스식보다 약간 작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따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소리

아마도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를 갖고 이들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내세우는 점이 바로 이 소리일 것이다. 흔히들 어두우면서 따뜻한 독일클라리넷 음색에 강하게 매료되어 독일음악은 독일클라리넷으로 연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이유로 최근까지도 독일 관현악단들은 뵘식 클라리넷를 쓰는 연주자들은 공식적으로 입단시험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금씩 바뀌어가고는 있지만, 독일식 클라리넷을 쓰지 않는 한 아직도 입단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음색은 어디까지나 개인취향의 문제이지, 어떤 음색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본다. 물론 필자도 작곡가가 자신이 원하는 음색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면 그 작품에 맞는 음색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그에 맞춰서 연주하는 것이 좋다는데는 동의한다. 이 문제는 밑의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 단락에서 따로 논하고자 한다.

독일클라리넷 소리를 나타내는 형용사는 여럿 있다. 어두운, 가라앉은, 무거운, 묵직한, 약간 정제되지 않은, 따뜻한 등등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악기소리는 매질을 통해 전파되는 파동인 물리적 현상인데, 이 똑같은 물리적 현상을 놓고 그것을 음색으로 인식하는 우리의 뇌는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같은 소리인데도 누구는  ‘가라앉은’이라고 하고, 누구는 ‘답답하다’라고 말한다. 때로는 정반대로 독일클라리넷 소리를 ‘밝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같은 소리를 두고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달라, 제각각 말하는 것이 다르면, 특히 글을 통한 논의는 어렵게 된다. 그래서 서로 쓰는 용어의 표준화가 중요한 것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표준은 – 클라리넷 관련서적 조사와 여러 음악가들/ 애호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본 결과, 사용되는 여러 형용사 중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독일식: ‘어두운 dark’과 ‘따뜻한 warm’/ 프랑스식: ‘밝은 bright’과 ‘각진 edge’ 이다.

 

소리를 글로만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여기서 두 클라리넷 소리를 직접 들으며 비교해 보자. 아래의 곡은 단찌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로 플륫과 클라리넷을 위한 이중협주곡이다. 클라리넷 소리만 들을 수 있는 독주협주곡은 아니지만 독일클라리넷 소리와 프랑스클라리넷 소리의 차이를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선택하였다.

  

비교 1

1. vergleich01.mp3

 

비교 2

 

한 쪽은 뵘식 클라리넷 (부페 RC)을 사용해서 한 녹음이고 한 쪽은 욀러식 클라리넷 (부를리쩌)을 사용해서 한 녹음이다. 어떤 녹음이 뵘식이고, 욀러식인지는 들어보신  여러분들이 직접 판단해 보기 바란다. 

 

이렇게 ‘어두우면서’ ‘따뜻한’ 독일클라리넷 소리는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프랑스식과는 다른 나팔꼭지와 리드를 사용하고, 악기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독일클라리넷이 프랑스클라리넷보다 넓은 관안쪽 지름 bore 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점이 독일클라리넷 특유의 음색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또한 현대에 들어선 제작사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프랑스클라리넷보다 지름이 좁은 독일클라리넷도 많다 (Hugo Pinksterboer. Tipbook Clarinet. The Tipbook Company BV. 2001, 49쪽).

 

무엇보다 독일클라리넷 특유의 음색을 만들어 내는 것은 독일클라리넷의 관안쪽 모양 bore shape 때문인데, 아랫관의 마/나 마개에서부터 시작하는 원추형의 관안쪽 모양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원통형이라고 하는 클라리넷의 관안쪽 모양은 - 이에 비해 오보에는 원추형 관악기 -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완벽한 원통형이 아니다. 나팔꼭지, 통, 윗관, 아랫관 즉 부분에 따라 약간 그 모양이 다르다. 관안쪽 모양에 대한 이해는 클라리넷의 악기음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해를 돕기위해 아래 단면도를 보자.

 

 

클라리넷 단면도: 관안쪽 모양이 바람의 흐름을 결정하고 그것이 음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Hugo Pinksterboer. Tipbook Clarinet. The Tipbook Company BV. 2001, 32쪽) 

 

위 그림에서 보듯 클라리넷의 관안쪽 모양은 일자로 된 원통형이 아니고 부분에 따라 좁아졌다가 넓어지는 구조이다. 이것은 제작자들이 보다 좋은 음질과 음색, 정확한 음정을 얻기위해 끊임없이 개발을 거듭한 결과이다. 독일클라리넷은 아랫관 밑부분의 지름이 넓어지는 부분이 프랑스클라리넷보다 짧다. 다른 말로 하면, 독일클라리넷은 윗관과 아랫관이 이루는 원통길이가 프랑스클라리넷보다 긴 것이다. 이해를 돕기위해 아래 그림설명을 덧붙였다. 바로 이 점이 독일클라리넷 특유의 어두우면서 넓고 강한 robust 소리를 결정짓는 것이다 (Hugo Pinksterboer. Tipbook Clarinet. The Tipbook Company BV. 2001, 49쪽과 http://www.sfoxclarinets.com/baclac_art.htm).

 

독일식과 프랑스식 클라리넷의 음색차이를 결정하는 아랫관 밑부분 관안쪽 모양의 차이

 

독일식 클라리넷 상세사진 (욀러식은 독일식 클라리넷 중에서도 오스카 욀러가 특허를 낸, 오른손 중지로 조작하는 마개에 뚜껑이 있는 방식을 가리키는 것이고, 아래 사진들은 일반 독일식 클라리넷 사진들이다. 해당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다.)

나팔 (벨)은 뵘식과 약간 다른 형태이며, 통 (배럴)은 짧다.

나팔꼭지 (마우스피스)에는 홈이 파져있어 끈으로 리드를 묶기에 편리하다.



윗관

아랫관

 

© world copyright 2007 by Seung Soo LEE

블로그 글의 저작권은 이승수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