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ench clarinets have a flat, nasal tone, while German ones approximate the singing voice.’
- Richard Strauss (Eric Hoeprich, The Clarinet, Yale University Press, 2008, 5쪽)
때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같은 대음악가도 그릇된 편견에 빠져 이와 같은 견해를 남기기도 했다.
편협한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의 전형을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우리는 이상 두 번의 연재에 걸쳐 욀러식 (독일식) 클라리넷과 뵘식 (프랑스식) 의 역사, 악기구조, 차이점 등에 대해 살펴 보았다. 두 방식 모두 오랜 역사속에서 거듭된 발전을 통해 오늘에 이른 방식이지만, 현대 클라리넷에 있어 뵘식 연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본다면 욀러식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즉 독일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매우 한정적인 지역에서만 쓰이고 있다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에 가까운 이태리 북부나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등지에서 욀러식을 쓰고 있는 지역도 있지만, 이것은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토록 뵘식 연주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임에도 불구하고, 클라리넷 연주자들 사이에는 독일클라리넷 (욀러식)이 뵘식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는, 소위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가 널리 퍼져있다는 점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바로 이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를 주제로 하여 다각도로 논의를 진행해 보겠다.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한 부류는 본인은 뵘식을 연주하면서 독일클라리넷이 낫다고 생각하는 쪽이고, 다른 부류는 본인 스스로 욀러식을 연주하면서 독일클라리넷이 낫다고 보는 쪽이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전세계의 클라리넷 연주인 대부분이 뵘식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이들 중 많은 수가 독일클라리넷 소리를 좋아하고, 그 소리를 이상으로 삼아 그것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나팔꼭지와 리드를 그에 맞춰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때로는 제작자들에게 악기개량을 부탁하기도 한다. 개량뵘식 클라리넷 ‘Reform’ Boehm-System 은 바로 이런 뵘식 클라리넷 연주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운지는 뵘식으로, 마개구멍이나 관의 지름 그리고 나팔꼭지는 욀러식을 사용하도록 개발한 클라리넷이다. 개량뵘식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슈미트-콜베-클라리넷 Schmit-Kolbe-Klarinette’을 기본모델로 하여 개발된 것이며 (Oskar Kroll, Die Klarinette, Bärenreiter, 5te Auf. 1993, 28쪽), 유명한 제작사로는 독일의 부를리쩌 Wurlitzer 사를 꼽을 수 있지만, 부를리쩌사 이외에도 개량뵘식을 제작하는 곳은 몇 군데 더 있다. 야마하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독일뵘식 German Boehm system’ 시리즈도 바로 이런 개량뵘식의 일종이다. 보통 개량뵘식은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지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네델란드나 벨기에 지역에서 인기가 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방식에 만족치 않고 이러한 노력을 하는 뵘식 클라리넷 연주자들은 무엇보다 독일소리, 즉 따뜻하면서도 어두운 욀러식 클라리넷의 음색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필자 또한 한 때는 독일클라리넷 소리야 말로 진짜 클라리넷 소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가 되는 이 음색의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전에도 살펴봤듯이 인지심리학 측면에서 본다면 음색을 인식하는 인간의 뇌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소리를 듣고 판단한다/ 인지한다’ 라는 것은 그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즉 어떤 음색이 좋다, 나쁘다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 – 취향의 문제이지 그것을 가지고 어떤 것이 우월하다는 근거로는 삼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음색의 우월성을 객관적으로 따지자면 무엇이 진짜 클라소리인가? 진짜 클라소리라는 것을 정의할 수는 있는가? 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미학적 판단이다. 음색의 문제는 마치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가 하는 것과 같은 문제이다.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 자기 입맛을 남한테 강요할 수 없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음색 또한 남에게 강요할 순 없는 문제이다.
또한 독일식과 프랑스식 클라리넷을 순전히 음색만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연주를 듣고 구분하는 것은 스타카토나 구절법 (프레이징) 등 음악해석을 총괄한 종합적인 연주스타일에서 오는 차이를 듣고 감별해내는 것이지, 정말로 딱 소리만 들어서 연주자가 뵘식을 쓰는지 욀러식을 쓰는지 감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인지 될까? 정말 그렇게 음색의 구분이 확실하다면 커텐실험 (blind test, 커텐을 쳐놓고 소리만 듣고 판단하는 실험방법) 을 해 보자. 커텐 뒤에 욀러식과 뵘식 연주자들을 섞어놓고, 차례로 곡이 아닌 음계만 불러보도록 하는 것이다. 더 엄밀히 하자면 한 음씩만 불어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자 감별할 수 있겠는가? 필자의 대답은 ‚할 수 없다’ 이다.
더구나 우리 대부분은 음악을 실제 연주회장에서 보다는, 음반으로 그것도 집에서 간단한 가정용 오디오를 통해 듣는다. 오디오라는 기계 자체가 갖는 한계점과 몇 번의 편집을 거쳐 나온 음반의 클라리넷 소리는 실제 소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많은 뵘식 연주자들이 이상으로 삼는 독일클라리넷 음색이란 것이 결국 욀러식 클라리넷을 실제 자주 접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음반만을 통해 듣고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구적인 면이 많은게 사실이다. 물론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인이 갖지 못한 어떤 것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심을 갖기 마련이다. 깊은 숙고를 통한 확실한 근거없이 독일클라리넷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그런 생각이 막연한 동경심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일클라리넷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엔 음색의 문제를 떠나 다른 논거들을 내세우기도 한다. 주로 본인 스스로 욀러식을 연주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내세우는 주장들인데, 먼저 악기조율 intonation 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독일클라리넷이 음높이가 더 정확하고 안정적이며, 따라서 각 음들이 만들어내는 음정이 정확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엔 필자도 동의한다. 욀러식에 비한다면 뵘식이 소리내는 음높이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뵘식은 욀러식에 비해 저음으로 갈수록 음이 낮아지고, 고음으로 갈수록 음이 높아지는 경향이 더욱 심하다. 하지만 이것은 방식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리드와 나팔꼭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번 글 ‚독일식 클라리넷과 프랑스식 클라리넷의 차이점 2: 악기구조와 소리 http://blog.naver.com/dr_klar/10024757202 ’편에서 살펴봤듯이 독일식 나팔꼭지는 그 지름이 넓고, 열림정도가 매우 작다. 즉 단단한 리드를 쓸 수 밖에 구조이다. 단단한 리드는 부드러운 리드에 비해서 불어서 소리내기는 어렵지만, 일단 떨려서 소리가 나면 그 주파수가 일정하게 지속된다. 즉 고음에서도 부드러운 리드에 비해 음높이의 변화없이 일정하게 소리낼 수 있다. 또 스타카토도 소리내기 어렵지만, 일단 터득하면 짧고 강한 스타카토를 구사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뵘식 클라리넷도 딱딱한 리드를 사용하고 그에 맞는 나팔꼭지를 사용한다면 고음역에서의 조율문제는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 때문에 경력이 오래된 연주자일수록 딱딱한 리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또 무조건 딱딱한 리드를 쓰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 점은 다음 기회에 살펴 보자).
저음으로 갈수록 정확한 음높이보다 약간씩 낮게 소리나는 뵘식 클라리넷의 문제는 마개를 추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부페의 토스카나 셀마의 리사이틀 등 주로 최고급형 모델에 추가된 바-공명마개는 뵘식 클라리넷 특유의 문제점인 바음이 약간 낮게 소리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바-공명마개를 추가하면 오른손으로 조작하는 다른 저음들도 공명이 좋은 음색이 난다. 클라리넷은 음향학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던지 간에 음역을 한 옥타브로 만들지 않는 한 완벽한 음높이을 낼 수 있게 만들 수 없다. 이런 조율문제를 욀러식 클라리넷은 처음부터 마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다. 그 결과 17마개가 표준인 뵘식에 비해 욀러식 표준은 20마개이며 전문연주가들이 사용하는 모델은 24마개에 이른다.
마개가 많아지는 것은 조율문제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지만, 악기의 기동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치명적인 단점을 가져온다. 악기가 무거워져 다루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마개가 많아지면 조작해야 할 운지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욀러식은 포크운지 (한 음을 내기 위해 두 손가락으로 운지를 하고 중간손가락이 들리는 운지) 가 많아 뵘식에 비해 운지가 약간 어렵다. 이 약간 어렵다는 것은 취미연주자들에겐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어떠한 난곡이라도 연주해야 하는 전문연주가들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쉬운 운지는 뵘식이 욀러식에 비해 갖는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뵘식은 이 쉬운 운지를 목료로 조율문제를 약간(?) 희생해가며 클라리넷에서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마개방식을 발전시켜온 결과이며, 욀러식은 독일의 클라리넷 제작자들이 독일음색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프랑스의 제작자들에 대항하여 ‚자국시장 보호’라는 상업적 필요에 의해 발전시켜온 결과물이다. 어쨌든 필자는 ‚쉬운 운지’, 바로 이 점이 오늘날 전세계에서 뵘식 클라리넷이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이것은 유럽의 클라리넷 전통이 뒤늦게 도입되어 뵘식과 욀러식이 동일조건에서 출발한 미국의 예를 살펴보면 잘 드러난다.
유럽의 영향력있는 클라리넷 연주자들과 교사들의 본격적인 미국이민이 시작되었던 1940년대 이전의 미국에는 뵘식과 욀러식, 또는 알버트식을 쓰는 연주자들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키아파렐리 Albert Chiaffarelli 의 후임으로 1920년부터 뉴욕 필하모닉에 합류한 셀마 Alexandre Selmer 는 당시 알버트식을 사용했으며, 1921년 뉴욕 필하모닉의 단원이 된 러시아 출신 연주자 벨리손 Simeon Bellison 은 본인은 독일식 클라리넷을 사용하면서 제자들은 뵘식으로 가르쳤다. 그의 제자 중엔 후에 미국에서 영향력있는 클라리넷 교육자들이 된 오퍼맨 Kalmen Opperman 과 러시아노프 Leon Russianoff 가 있다. 이 들 모두 뵘식 연주자들이다. 오스트리아 출신 폴라췍 Victor Polatschek 역시 독일식을 연주했으며 1930-1948년 사이 보스턴 심포니의 수석 클라리넷주자였다.
이런 미국의 상황은 1950년대 들어서면서 균형이 깨지며 점차 뵘식 클라리넷이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대부분의 클라리넷 교사들이 조작이 쉬운 뵘식으로 후학들을 가르쳤던 것이다. 당시 클라리넷 교육자로서 미국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보나드 Daniel Bonade 와 랑게누스 Gustav Langenus 가 뵘식의 보급에 있어 커다란 역할을 했다. 한 가지 흥미있는 것은 현재 미국의 클라리넷 연주자들은 프랑스 클라리넷인 뵘식을 사용하면서도, 밝고 각진 프랑스 클라리넷의 음색은 회피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미국의 클라리넷 주자들은 독일 클라리넷의 음색을 이상으로 삼아 딱딱한 리드를 사용해서 어두운 음색을 내려하고, 대중적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연주자들이 인기가 더 있다. 한국의 클라리넷계 또한 미국의 이런 경향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본다.
운지가 복잡하다는 점 외에도 욀러식 클라리넷은 또 다른 단점이 있다. 특유의 어두운 음색을 내기 위해 열림정도가 작은 나팔꼭지와 딱딱한 리드를 사용하는 것 – 바로 이 점이 딜레마가 되어 부드러운 리드를 사용하는 뵘식에 비해 음량이 작고, 크레센도/ 데크레센도의 세밀한 표현이 어려워, 전통적인 음색을 내는데는 유리하지만 다양한 음색을 구사하긴 어려운 방식이란 점이다. 표현력에 있어 유연하지 못하고 제약을 많이 받는다는 뜻인데, 이것은 욀러식에 있어 어려운 운지와 함께 결정적인 단점이 된다.
이런 이유로 욀러식은 고전파나 낭만파까지의 음악연주에는 문제가 없지만 여러가지 특수기교를 요구하는 현대음악으로 올수록 연주가 매우 까다로워 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클라리넷음악 전반에 걸친 곡들을 소화할 수 없는 욀러식 연주가들의 이런 고민은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 수석주자 알트만씨 Dirk Altmann 의 인터뷰 http://blog.naver.com/dr_klar/10018249336 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필자는 지금 아주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듣기에도 이상한 현대음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 들어도 누구나 좋아할만한 프랑셰의 클라리넷 협주곡만 하더라도, 운지가 매우 어렵기로 유명한 이 곡을 – 잭 브라이머의 표현에 따르면 클라리넷이 더 발달을 하던지, 인간의 손이 더 진화를 하던지 해야 해결될 문제 – 욀러식 연주가가 출시한 음반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욀러식 연주가의 음반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덧글을 부탁드린다). 또 누군가가 각고의 노력으로 해낸다고 해도 과연 프랑셰 협주곡 특유의 그 가벼움을 욀러식으로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꼭 욀러식 악기의 한계라기 보단 독일식 연주방식 자체가 그래서겠지만, 필자는 가끔 음악회에서 욀러식 연주가들의 인상파 작품연주을 들으면 매우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개인적인 경험담이지만, 독일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때 뮌스터에서 자비네 마이어의 연주회를 처음으로 본 적이 있다. 당시엔 필자가 약간은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에 빠져 있었을 때고, 또 자비네 마이어가 방한한 적도 없어 대단한 기대를 가지고 연주회에 갔었다. 순서에 드뷔시의 프리미어 랩소디도 있었는데, 재밌는 것은 바로 며칠 뒤 당시 필자가 다니던 음악학원 Musikschule (직역하자면 음악학교지만 한국식으로는 음악학원) 의 클라리넷 선생님도 교사연주회에서 똑같은 곡을 연주했고, 오히려 선생님의 연주가 자비네 마이어의 연주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동안 필자는 ‚독일은 동네 음악학원 선생님도 유명연주자보다 잘하는 나라인가??’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음악학원 선생님이 자비네 마이어보다 뛰어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 그런데 필자의 선생님은 뵘식 연주자였다.
비슷한 경험을 재작년에 또 한 적이 있는데, 베를린 필하모니커의 야외음악회를 ARTE TV에서 본 적이 있다. 베를린 필하모니커 125주년 기념에다가 주제가 랩소디여서 사이먼 래틀의 지휘와 수석 클라리넷주자인 벤쩰 푹스의 연주로 드뷔시의 프리미어 랩소디도 순서에 있었다. 뭐 이정도 조합이면 적어도 이름값에선 최고라 할 수 있고, 벤쩰 푹스의 실연은 아직 본 적이 없어 나름 기대를 하고 보았는데, 이번에도 글쎄 별 감흥은 받지 못했다. 물론 연주는 기교적으로 완벽했다. 하지만 그 것뿐이었다. 드뷔시 특유의 뭔가 불안하면서도 떠도는 듯한 음색은 벤쩰 푹스의 클라리넷에선 나오지 않았다. 드뷔시 작품 정도만 되도 욀러식으로는 베를린필 수석에게도 실수없는 연주 이상의 것은 기대하기 어렵구나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자들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강력한 논거는 현재 국제적 수준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연주가들은 독일계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클라리넷이 욀러식이기 때문에 욀러식이 더 우월하다는 논리이다. 상당히 타당하게 들리는 주장이지만, 필자는 이 주장 역시 동의할 수 없다. 욀러식 연주가들이 클라리넷 음악 전반에 걸쳐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는다면 모를까, 위의 예에서도 들었듯이 낭만파 이후의 음악에 대해선 그렇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 유명한 칼 라이스터와 자비네 마이어도 그들이 녹음을 하고 강세를 보이는 음악은 고전파와 낭만파 음악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칼 라이스터의 현대음악 녹음들은 제법 있지 않는가 하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는 라이스터가 워낙 대가이기 때문에 작곡가들의 헌정이나 초연의뢰를 받은 경우가 많아서 이미 작곡시에 연주가와 작곡가 사이의 협의를 거친, 욀러식 클라리넷으로 연주가 가능하게 작곡된 음악들임을 알아둬야 할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자를 꼽으라면 어김없이 등장할 인물들 –독일의 칼 라이스터와 자비네 마이어
필자 또한 칼 라이스터와 자비네 마이어가 우리 시대 최고의 연주자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특히 라이스터의 경우에는 이미 대가를 넘어서 전설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둘 역시 최고의 연주자들 중 한 명이란 점이다. 운동경기도 아니고 음악가의 연주력이란 것은 기록경기처럼 재어서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명인급 연주가라면 이들 사이의 연주력 차이라는 것은 사실 듣는 이의 취향문제이다. 필자는 평생 기억할 만한 훌륭한 연주회를 볼 기회를 많이 가졌는데, 적어도 기교면에선 이 둘을 능가한다고 말할 수 있는 연주가들을 몇몇 보아 왔다 (자비네 마이어가 이끄는 ‘트리오 디 클라로네’와도 종종 협연을 갖는 미하엘 리슬러 Michael Riessler 나 핀란드의 클라리넷주자 카리 크리쿠 Kari Kriikku 가 그 예이다). 그럼 수많은 다른 클라리넷 연주가들에 비해 라이스터와 마이어가 월등한 인기와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부터는 음악마케팅이란 개념을 빼 놓을 수 없다.
1950년대 들어서면서 전후 기적적인 경제성장 – 경제회복이란 표현이 더 맞겠지만 – 을 일궈낸 독일 (당시 서독)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장가도에 있었으며, 문화쪽에서도 상업적인 면이 이미 강조되고 있었다. 음악분야에는 때마침 대중매체의 위력과 영향력을 간파하고 있었던 카라얀이 베를린 필하모니커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하였으며, 이후 칼 라이스터가 수석주자로 합류하게 된다. 라이스터의 화려한 국제경력은 카라얀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카라얀은 도이체 그라모폰 음반사와 함께 엄청난 양의 음반을 남겼으며 (아직도 서양고전음악 음반시장에서 도이체 그라모폰의 노란색 딱지는 그 자체로 품질을 보증하는 상표이다), 이는 그가 이끌던 베를린필을 명실공히 세계최고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라이스터 역시 그런 베를린필의 수석 클라리넷주자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거의 전분야에 걸친 클라리넷음악을 녹음하였고 지금의 명성을 쌓기에 이른것이다.
자비네 마이어의 경우에는 1983년 유럽음악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베를린필 최초의 여성단원 입단사건’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게된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여성연주가로서 전세계 청중들에게 클라리넷을 독주악기로 각인시킨 대가로 평가받지만, 여성연주가가 마이어가 최초는 아니며 마이어 이전에 이미 영국의 시아 킹 Thea King 이 클라리넷의 대모로 활약하고 있었다. 마이어의 성공은 베를린필 사건으로 하루 아침에 유명세를 타게된 점과 계약음반사인 EMI가 마이어가 당시 현악기에 비해 매우 드물었던 여성관악주자라는 점을 잘 이용한 음악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더 깊게 들어가 보자면, 라이스터와 마이어의 성공의 근간은 20세기 들어 정립된 서양의 음악학 사관 - 서양고전음악에 있어 성악음악이 아닌 기악음악을 예술음악의 정수로 보고 때문에 고전파와 낭만파시기의 기악음악, 그러니까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독일어권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악음악이 자연스럽게 서양음악의 정점을 차지하게 되는 음악사관, 이 사관에 너무 심취하다보면 이른바 ‘독일음악만능주의’까지 가게된다 - 의 혜택을 톡톡히 본 것이다. 이런 독일기악음악 중심의 음악사관의 영향은 실로 엄청난 것으로, 서양고전음악에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누구라도 고전음악하면 모짜르트, 베토벤, 브람스로 대표되는 고전파와 낭만파 음악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클라리넷음악 또한 19세기 초반에 그 절정을 맞이하고 지금도 가장 많이 연주되고 사랑받는 곡목들 역시 고전파의 모짜르트를 위시하여 베버와 브람스의 낭만파 음악가들, 모두 이 시기 독일출신, 혹은 독일어권 지역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의 작품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라이스터와 마이어는 독일출신인 본인들이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고전파와 낭만파음악이 우리 시대 전세계 대중들에게 서양고전음악 중 제일 사랑받고 있는 음악이란 점에 먼저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의 논거는 위의 ‘독일음악만능주의’와도 연결되는 것으로써, 지금 명곡으로 인정받는 작품을 남긴 독일의 작곡가들이 독일클라리넷의 음색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다는 주장이다. 그럴싸하게 들리는 주장이겠지만, 이는 클라리넷의 발달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별로 근거가 없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모짜르트, 베토벤, 베버, 슈포어, 브람스 등 고전파에서 낭만파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클라리넷 음악을 작곡한 이들은 독일계이긴 하지만, 이 중 브람스의 음악을 제외하곤 작곡가들이 독일클라리넷의 음색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고전파와 낭만파 전기시대까지는 딱히 독일식, 또는 프랑스식이라고 할 만한 클라리넷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욀러식 클라리넷의 전신이랄 수 있는 베어만-오텐슈타이너 방식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853년이고, 뵘식 클라리넷도 세상에 나온 것이 1839년의 일이다. 모짜르트와 베토벤은 말할 것도 없고 베버의 사망연도가 1826년이고, 1859년 사망한 슈포어가 마지막 클라리넷 협주곡을 작곡한 것이 1829년이므로 (클라리넷협주곡 4번 마단조 WoO20) 적어도 베버나 슈포어까지의 클라리넷음악에서 독일클라리넷 음색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클라리넷음악이 정점에 달하던 19세기 초까지 당대 가장 널리 쓰인 클라리넷은 마개(키)가 다섯개로 이뤄진 클라리넷으로, 고전파 시기부터 쓰인 이 다섯마개-클라리넷은 상당히 오랜 기간 사용되어 기록으로 보면 1830년까지도 널리 쓰인 것으로 보인다. 뮐러의 혁신적인 클라리넷이 첫 선을 보인 것은 1812년이지만 클라리넷계에서 인정을 받고 제작자들이 그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으며, 때문에 1830년경까지 다섯마개-클라리넷이 당대의 표준으로 쓰였다. 물론 크뤼셀, 헤름슈테트, 베어만 등등 당대의 명인들이 사용한 클라리넷은 자유로운 반음연주을 위해 마개들이 훨씬 많은 악기였지만, 이들 역시 다섯마개-클라리넷을 기본바탕으로 마개를 추가한 모델들이었다. 예를 들어 핀란드 출신으로 주로 스웨덴에서 활약한 클라리넷명인이자 작곡가로도 명성이 높았던 크뤼셀 Bernhard Henrik Crusell 1775-1838은 독일 드레스덴의 제작자 그렌저 Heinrich Grenser 1764-1813 의 열한마개-클라리넷을 사용했으며, 베버의 클라리넷 주자로 그의 작품들을 초연했고 당대 최고의 클라리넷 명인으로 인정받았던 하인리히 베어만 Heinrich Baermann 1784-1847 은 뮌헨을 거점으로 활동했지만 1809년 구입한 베를린의 제작자 Griesling & Scholtt 의 열마개-클라리넷을 평생 사용했다. 이 클라리넷들 모두 마개수만 많을 뿐 전부 다섯마개 클라리넷을 바탕으로 마개를 추가한 모델들이다.
왼쪽 내림나-클라리넷 제작자: John Hale, London, 1790년경.
가운데 내림나-클라리넷 제작자: T. Collier, London, 1770 년경.
오른쪽 다-클라리넷 제작자: W. Milhouse, London, 1805년경.
1760년과 1830년 사이에 가장 널리 쓰인 전형적인 다섯마개-클라리넷들
출처Edinburgh University Collection of Historic Musical Instruments
http://www.music.ed.ac.uk/euchmi/ugw/ugwf1a.html
왼쪽 명인 크뤼셀이 사용했던 드레스덴의 제작자 하인리히 그렌저가 1811년에 제작한
열한마개-클라리넷. 출처 스톡홀름 음악박물관 Inv.-Nr. N. 43554
오른쪽 1801년-1865년 사이에 베를린의 그리슬링과 슐로트가 제작한 열한마개의
가-클라리넷과 다-클라리넷. 명인 베어만이 사용했던 것은 열마개지만 거의 동일한 모양의
클라리넷이다. 출처 베를린 악기박물관 SIMPK Kat.-Nr. 3569
명인들이 직접 사용했던 악기들을 다섯마개-클라리넷과 비교해 보면 마개수만 차이가 있을뿐
큰 차이가 없슴을 알 수 있다.
클라리넷이 차차 독주악기로써 자리를 잡기 시작한 1760년대 이후부터 그 정점을 지난 1830년까지, 서양고전음악사상 가장 많은 수의 클라리넷음악이 쓰여진 이 시기엔 악기로써의 클라리넷의 발달이 아직 충분치 않아서 제작방식에 표준이란 것은 없었다. 각 지역의 제작자마다 각자 고유의 방식으로 만들어 냈을 뿐이다. 또한 클라리넷 제작자들의 이주나 제작법을 배우기 위해 딴 지역으로 유학을 다니는 것도 잦았으며, 다른 지역(외국)의 유명제작자들의 악기를 수입하거나 아니면 직접 방문하여 구입하는 등 제작방식이 혼돈스러울 정도로 다양했고, 연주자마다 사용하는 악기도 지금처럼 표준화된 악기가 아닌 자신이 구입한 제작자에 따라 다양했기에, 이 시기의 클라리넷에 있어 현재의 독일식, 프랑스식이란 구분은 전혀 의미가 없다. 정말로 작곡가의 의도을 내세운 정통성을 확보하고 싶다면 각 시기별, 지역별로 당시 작곡가가 염두에 두었을 만한 클라리넷을 조사하고, 그 악기를 복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이것은 시대악기 연주의 영역이다.
이렇게 보면, 클라리넷음색의 문제는 낭만파까지의 독일클라리넷 음악보다 낭만파 이후 인상파로 대표되는 프랑스클라리넷 음악에서 더 도드라진다. 뵘식이 1839년 첫선을 보인 후 문화의 집중화 경향이 심한 프랑스는 당시 프랑스 음악뿐 아니라 유럽음악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파리음악원을 통해서 많은 작곡가들이 클라리넷 음악을 썼고, 이들은 파리음악원 교수였던 클로제의 영향으로 빠르게 프랑스클라리넷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뵘식 클라리넷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썼다. 오늘날 클라리넷 곡목 중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프랑스 인상파 음악들 - 드뷔시 프리미어 랩소디 작곡연도1909/10년, 뿔렁 소나타 1962년, 쟝 프랑셰 1974년 등등은 명실공히 뵘식 클라리넷을 위해 쓰여진 곡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에 대해 살펴보고, 그 논거들을 하나씩 반박해 보았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는 편협하거나 잘못된 논거들을 바탕으로 한 그릇된 사고방식이다. 필자는 두 방식 중 어느 한 방식의 우월성보다는 각 방식의 장단점을 강조하고 싶지만, 굳이 어느 방식이 우월하냐는 한 마디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한다면 뵘식이 욀러식보다 장점이 많은 방식이란 대답을 하겠다. 욀러식 클라리넷의 고향인 독일에서조차 뵘식사용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긴 글을 마치기 위해 본문에서 논의한 욀러식과 뵘식 클라리넷의 장.단점을 사실만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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욀러식 |
뵘식 |
음색 |
어둡고, 따뜻 |
밝고, 각진 |
단점 |
- 운지복잡 - 표현의 폭 좁음, 적은 음량, 음색변화 힘듬 - 인상파 이후 현대음악에 이르면 연주불가능한 곡도 있슴 |
- 욀러식에 비해 부정확한 조율 |
장점 |
- 뵘식에 비해 정확한 조율 - 고전파, 낭만파까지의 작품연주에 이상적 |
- 운지용이 - 표현의 폭 넓음 - 인상파 이후 현대음악에 이르는 작품연주에 이상적 |
끝으로 독일어권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려고 계획 중이거나, 이미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중 욀러식 클라리넷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언을 주고 싶다. 이것은 진지하게 생각해야할 문제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장래 직업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촛점을 맞춰 결정할 문제이다. 본인이 유학 이후 독일이나 독일어권에 남아 현지의 관현악단에 취직하거나, Musikschule 또는 개인교사로 일할 계획과 의지가 확고하다면 욀러식으로 바꾸는게 좋을 것이다. 독일의 관현악단들은 표면상으로는 뵘식주자들에게도 응시기회을 준다지만, 아직까지는 몇몇의 악단들 빼놓고는 사실상 뵘식주자로써 단원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교사로 일하려는 경우 독일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욀러식을 사용하니 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독주자로써 활동할 능력과 계획이 있다면 굳이 욀러식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일반 청중들에겐 독주자의 기량과 매력이 문제지 어떤 방식을 쓰느냐 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샤론 캄이나 디미트리 아쉬케나지, 에두아르트 브룬너 등 모두 뵘식연주자들로 독일이나 스위스에 주거지를 두고 활동하고 있지만 상당히 인기가 있는 연주가들이다.
하지만 본인이 유학 이후 다시 귀국하거나 독일어권 이외의 곳에서 활동할 생각이라면 욀러식으로 바꾸는 것은 불리한 점이 더 많으므로 권하지 않는다. 실제로도 본인의 지인들 사이에서 독일유학 중에 욀러식으로 바꾼 한국유학생들은 없다. 한국인 클라리넷주자 중 욀러식을 사용하는 연주가 자체를 꼽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여력이 된다면 욀러식으로 악기를 전향하지 않고 공부한다는 생각에서 뵘식과 함께 같이 연습하는 것은 적극 추천하고 싶다. 공부할게 많아지니 힘이야 들겠지만, 본인에게 잇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많을 것이고,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초급자용을 구입한다면 욀러식이라 해도 그리 고가도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이번 기사를 통해 ‚뭐야 내가 사용하는 뵘식이 더 좋은 거라는데’ 라고 생각하게 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필자는 뵘식, 욀러식 어느 방식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싶진 않다. 기사도 편협한 ‚독일클라리넷 우월주의’을 비판하기 위해 쓴 것이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뵘식클라리넷 우월주의’를 퍼뜨리기 위해 쓴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의 바램은 오히려 한국에서 욀러식 사용자가 생겨나고 많아졌스면 하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다양성에 그 핵심이 있다. 하나만 보고 간다면 빨리 빈곤해 지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다. 특히나 지리적, 역사적으로 외국과의 교류가 적었던 우리 현실에서 이런 문화의 편향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현실에서 욀러식 클라리넷에 대한 접근은 오히려 클라리넷을 직업으로 하는 직업연주가보다 취미로 하는 취미연주자들이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 하는 직업적인 접근이 아니라면 욀러식으로 바꾸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욀러식 클라리넷구입과 교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불평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을 통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야 욀러식을 살 수 없겠지만, 한국과 가까운 일본의 야마하나 대만의 주피터사에서 욀러식 클라리넷을 생산하고 있으니 구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통신판매도 가능하다). 또 욀러식을 쓰는 교사가 없더라도 이미 어느 정도 뵘식을 다룰 줄 아는 중급 이상의 취미생이라면 운지표나 욀러식 클라리넷을 위한 교본 정도만 있어도 혼자 독학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욀러식 운지표나 교본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욀러식 교본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베어만교본이다. 운지표예 http://stud.physik.uni-dortmund.de/~kiel/Clarinet/griffe.html). 그리고 요즘은 독일유학을 했던 클라리넷교사들이 많아서 이 중에 욀러식도 다룰 줄 아는 이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꾸준히 수소문한다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한국에 있을때 딱 한 번 욀러식 클라리넷을 만질 기회가 있었다. 후배가 아는 친척 중에서 당시 독일에서 유학했던 부모님따라 독일에서 클라리넷을 배운 동생이 있었다. 후배가 이 동생이 독일에서 쓰던 클라리넷을 한국에 가져 왔는데 한국서 쓰는 클라리넷과 달라서 클라리넷을 계속 배우려면 악기를 또 사야한다고 투덜댄다면서 동아리에 한 번 가져온 적이 있었다. 물론 필자도 그 때는 욀러식이란 이름도 몰랐고, 그냥 독일클라리넷은 이렇게 생겼나보다 하고 마냥 신기해 했던 기억만 있다 (90년대 중반이니 그리 옛날일도 아닌데, 당시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 앞으로는 한국에 욀러식 클라리넷 동호회같은 모임도 생겨나 옆나라 일본의 동호회 등과도 서로 교류하며 뵘식과 욀러식 모두 공존하는, 보다 다양한 클라리넷문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욀러식과 뵘식 모두 자유자재로 다루는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 수석클라리넷주자 디릌 알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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