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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연주회 후기

디미트리 아쉬케나지 연주회 - 2007년 3월

날짜: 2007년 3월 28 오후 8

장소: 튀빙엔 대학교 대학강당

디미트리 아쉬케나지 클라리넷 협연

카메라타 보헤미아 프라하

 

연주곡목: 칼 마리아 폰 베버 „클라리넷과 현악사중주를 위한 오중주, 작품번호 34

              프란츠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도이취번호 801

 

 

    
 

 

   

다양한 음악회가 풍성했던 쾰른에 비해, 튀빙엔으로 온 뒤부터는 아무래도 문화적인 공연이 아쉽다. 특히 유명연주자들이 오는 연주회에 갈증이 있는데, 여기 튀빙엔은 도시가 작은 이유로 유명연주자들이 자주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1시간쯤 되는 거리에 대도시 슈투트가르트가 있는것으로 만족해야겠지만.

 

그래서 이번 연주회는 나름대로 기대가 컷다. 클라리넷 연주회 자체가 자주 열리지 않는 튀빙엔에서 이 정도의 유명연주자를 만나기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비네 마이어가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공연이 취소되고 대타격으로 디미트리 아쉬케나지가 온다는 얘기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독일에 살면서 소위 대가급인 자비네 마이어나 칼 라이스터 등을 포함한 독일계 연주자들은 충분히 봐 왔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계통의 연주자를 보고 싶었다. 이런 나에게 뵘식클라리넷을 사용하는 디미트리의 연주회는 희소식이었다.

 

한 가지 걱정되었던 것은 디미트리 아쉬케나지의 인지도였다. 클라리넷이란 악기 특성상 팬들을 많이 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독일에서 디미트리 아쉬케나지가 자비네 마이어처럼 고전음악에 특히 관심이 없어도 이름만 대면 아는 정도의 인지도는 없기 때문이다. 피아노 대가로 인정받는 아버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이름값에 비해, 아직은 클라리넷을 하더라도 관심이 있지 않으면 모르는 젊은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특히 자국연주자들을 최고로 생각하는 독일 청중들 앞에서 얼마나 그들의 감흥을 일으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독일사람들의 자국연주자에 대한 자부심은 확고하고 절대적이다. Musiker mit der deutschen Seele! 독일혼을 가진 음악가! - 바이올린은 안네 조피 무터, 클라리넷은 자비네 마이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또 클라리넷은 사용하는 악기방식부터 달라서, 독일식 클라소리에 익숙한 독일청중들에겐 연주해석 뭐 이런 문제를 떠나서 딱 들리는 음색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독일에도 뵘식 클라리넷을 사용하는 연주자들은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샤론 캄도 독일에 살면서 활동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알기에, 개인적으로야 베버의 곡이 아닌 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하면 좋겠지만, 작은 도시일수록 대중적인 곡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점을 감안, 연주곡에 대해선 크다지 기대를 걸지 않고 연주회장을 향했다

 

여기서 잠깐 디미트리 아쉬케나지의 이력을 살펴보자.

디미트리 아쉬케나지는 1969 미국 뉴욕에서 출생해서, 1978년부터 스위스에 살고 있다. 6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여 10 클라리넷으로 바꾸었고, 마투라 (스위스 대학입학자격 시험) 마치고, 1989년부터 루쩨른 음악원에서 기암바티스타 시시니밑에서 음악공부를 시작해서 1993년에 졸업하였다.  
1986-88
사이 스위스 청소년음악콩쿨에서 독주자와 실내악연주로 상을 받았고, 1989 쮜리히 콩쿨에서 예클린 , 덴마크 아르우스 3 국제 슈타인웨이콩쿨 입상. 이외에도 각종 국제콩쿨 입상, 수많은 유명 관현악단과 연주자들의 협연 등등은 일일이 나열할 필요가 없는 연주자이다. 그의 경력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구글에서 이름으로 검색해 보면 많은 정보들이 나올 것이다. 스위스에 살면서 독일기획사 소속이므로 독어자료가 많지만, 영어자료도 충분히 있다.

 

관현악을 맡은 실내악단의 규모의 - 바이올린 두 풀트에 비올라, 첼로는 각각 한 풀트, 거기다 한 명의 콘트라베이스 - 카메라타 보헤미아 프라하는 이름이 낯익은 유명 관현악단은 아니지만, 슈베르트의 현악합주로 시작한 이 날의 연주회에서 단원들간의 호흡이 상당히 잘 맞는 합주단이란 점이 눈에 띄였다. 특히 독주부분에서 두드러진 악장의 멋진 활쓰기는 곧이어 등장할 디미트리의 열연을 예고해 주기라도 하는듯 했다.

 

무대에 어린 아이가 걸어나오듯 발랄하게(?) 등장한 디미트리는 베버를 너무도 멋있게 연주하였다. 베버의 이 곡은 원래 클라리넷과 현악사중주를 위한 오중주이지만, 이 날은 현악합주와 클라리넷이 협연하는 식으로 연주하였다. 디미트리의 기량은 정말 출중했는데, 물흐르는 듯한 손놀림, 빠른 연주에도 흔들리지 않는 깨끗한 혀놀림 등은 기본이었고, 각각의 음높이를 정확히 연주해서 음정이 매우 안정되게 들렸다. 무엇보다, 음량을 조절해서 오페라 색채가 짙은 베버음악의 표정변화를 멋지게 표현한 것이 인상깊었다. 클라리넷의 음량을 실날같은 피아니시모부터 대포같은 포르티시모까지 변화시키는 기량은 연주해석시 표현력을 한층 배가시켜준다. 음악회 오기전에 베버의 클라리넷음악은 너무 뻔한 곡이라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멋지게 깨준 명연이었다.

 

청중들의 잇단 앵콜신청에 멋적어하며 보여준 두 번째 앵콜곡은 클레쯔머 음악이나 극동지방 음악처럼 들리는, 알지 못하는  곡이었는데, 아주 높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빠른 구절에서도  너무나 쉽게 각종 혀놀림을 구사하여 모든 청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곡이 궁금해서 연주후 물어봤더니, 스페인 음악가 파야의 곡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기량면에선 명인의 반열에 있는 연주자였다.

 

연주회가 끝난후, 사인을 받기위해 연주자 대기실로 찾아갔다. 오랜만에 너무도 좋은 클라리넷 연주를 들어 약간은 격앙된 기분이었다. 갖고 있는 음반에 서명을 받기위해 갔는데, 대기실에 찾아온 사람도 적었고, 무엇보다 젊은 연주자라 그런지 디미트리는 69년생이다 서로 말이 잘 통했다. 소위 스타급 연주자들 중에는 사람만나는 것을 꺼리는 연주자들도 있는데, 이날 디미트리는 아주 소탈한 모습이었다.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쩌다 기회가 되어 식사까지 같이하게 되었다. 다음은 그와 함께 저녁식사 내내 음악에 대해 나누었던 대화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클라리넷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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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 디미트리 아쉬케나지

 

: (프랑셰 협주곡음반을 꺼내들며) 오늘 좋은 연주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 음반에 사인 해주세요.

 

: , 음반 녹음 중에 유일하게 들으면서 귀를 막는 음반이에요. 다른 녹음들은 들으면 귀를 막죠 하하하 (귀막는 시늉)

 

: 겸손한 말씀이네요. 데카에서 나온 스트라빈스키 관악 실내합주곡들 있는 음반, 그것도 좋던데요.

 

: , 아버지랑 같은 녹음한 음반! 녹음이야 독주 협주곡이 아니라서. 그러고 보니 녹음도 괜찮은 같네요. 그런데 악기하시나 봐요? 클라리넷하세요?

 

: 취미연주자입니다.

 

: 좋네요. 그럼 하시는 일은 뭔데요?

 

: 지금 여기 튀빙엔 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과정하고 있습니다.

 

: 신경과학이요? 신경과같은 건가요? 제가 몰라서

 

: 신경과는 병을 고치는 의사들이 하는거구요, 뇌를 연구합니다.

 

: 멋진데요. 뇌를 연구하고, 여가시간에 클라리넷을 연주한다에고, 여가시간에 뇌연구 안하는데 하하.

 

: 제가 베버를 당신처럼 연주하지 못하는거랑 같죠 하하. 사진 같이 찍고 싶은데, 찍어도 될까요?

 

: 얼마든지요. 동양인들은 사진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저번에 일본갔을때 사진 무지  찍었어요. 어딜가나 사진기 들이대는데하하하. 그런데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혹시 일본인?

 

: 한국사람입니다. 일본 어디서 연주회를 하셨는데요?

 

: 연주여행이어서 여기저기서 했어요. 도쿄, 오사까 그리고 어디더라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기억을 못하겠네요. .

 

: 일본도 자주 가는데, 한국엔 가세요? 한국에서도 연주해 주셨으면 참 좋을텐데. 음악매니저로 일하는 후배가 블라디미르씨 (디미트리의 아버지)는 한국서 일본 NHK 관현악단이랑 같이 연주회했다던데요

 

: , 아버진 한국 한번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전 안 불러줘요.

 

: 뽈 메이에만 해도 한국에 자주 가는데한국서 지휘도 하는 것 같던데요.

 

: 뽈 메이에? 아하 그래서 날 안 불러주는구나. 그 사람이 확실하게 자기 구역으로 잡아놔서 하하하

 

역시 젊은 연주자라 그런지, 소탈하다. 아주 소탈하다. 얘기가 서로 통하는 같아  약간은 생뚱맞은 질문을 던졌다

 

: 전부터 궁금한게 있는데, 음반 (프랑셰 협주곡) 녹음할때 사용한 악기, CD 겉장 사진을 보면 부페 E11으로 보이는데, 정말 E11으로 녹음한 겁니까?


: 아니요, 그거 R13인데.


: , 저는 E11인줄 알고 아주 궁금했어요.


: 하하, 아녀요. 지금 쓰는 악기랑 같은거예요. 95년에 구입한 R13입니다. 좋은 악기를 찾아 오래동안 헤맸는데 맘에 딱 드는 악기를 만나게 되서 정말 운이 좋았죠.

 

: R13이라면 혹시 70년대에 제작된 모델 아닌가요? 듣기로 70년대 좋은 R13이 많이 나왔다고 하던데

 

: 잘 아시는군요. 미국에 누구라고 있는데 (사람이름을 얘기했는데 기억이 안 남), 그 사람이 각 회사별, 시대별로 좋은 클라리넷을 소장하고 있기로 유명한 사람이거든요. 미국에 갔을때 그 사람한테 샀어요. 일련번호가 22만번대던가


 
 

출연자 대기실에서 필자와 함께 사뭇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중


이 때
, 쉬는 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 어 연주회 다시 시작하네, 들어가 봐야겠다.  

: 튀빙엔엔 언제 오셨어요? 도시가 아주 예쁜데 구경은 좀 하셨나요?

 

: 오늘 막 차타고 왔어요. 제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스위스 루쩨른에 살거든요.

 

: 에고 그럼 구경이고 뭐고 못 했겠네요. 튀빙엔에 왔으면 맥주 한 잔은 하고 가야되는데. 연주회끝나고 안 바쁘시면 제가 초대해도 될까요?

 

: 와우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술 안 먹어요. 어쨌든 연주회 끝나고 튀빙엔 문화조직위원회 사람들하고 식사를 같이 한다고 하던데뭐 공식적이래나 뭐래나. 원하시면 거기 같이가도 될꺼예요. 연주회끝나고 여기로 다시 와보세요. 제가 매니저한테 물어볼께요.

 

오호이게 왠 떡이냐? 역시 그리 팬이 많지 않은 곳에서 만나게 되어 그런지 너무도 쉽게 나의 초대에 오히려 나를 초대해 버리는 디미트리. 어쨌든 나로선 잘 된 일이라 연주회가 끝난후 다시 대기실로 그를 찾아왔다.

 

: 식당이이탈리아 식당이란던데 여기서 좀 떨어진 곳이래요. 매니저 차타고 같이 가면 되요.

 

이때, 몇 명의 청중들이 사인을 받으러 왔다. 튀빙엔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다는 빈 출신의 한 청년은 제법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디미트리는 친절하게 답했다.

 

: 매니저분이 아까 내려가시면서, 저보고 이제 슬슬 오라고 하시던데, 저희  가봐야할듯 합니다. 그런데, 우리 그냥 편하게 서로 Du로 얘기하면 안될까요? (독어는 영어와 달리 존칭인 Sie가 있다. 처음 만나거나 친하지 않는 성인들 사이에서 거리를 두기 위하여 쓰는 존칭이다. Du는 서로 격식이 없는 사이에서 쓰는 경칭)

 

: 좋지. 그런데 빨리가자, 나 무지 배고파. 오늘 너는 내 손님이다.

 

식당은 튀빙엔 시내에서 10 정도 떨어진 외곽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같이 매니저 차를 타고 가면서도 계속 입으로 음악을 흥얼흥얼거리는 디미트리.

 

: 먹으러 가면서도 계속 음악이군. 슈베르트 8중주곡 같은데, 다음 연주회에 해야되는 곡이니?

 

: 아니 곡은 아닌데, 슈베르트 너무 좋잖아. 오늘 2 순서에 실내악단이 연주한 곡이 슈베르트이기도 하고 해서. 그런데 음악 진짜 많이 안다. 클라도 상당히 잘할꺼 같은데, 요즘 연습하는 곡이 뭐야?

 

: 내가 교회에서 4중주단을 조직해서 같이 음악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거기 플륫하는 분이랑 같이 단찌 신포니아 콘체르탄테하고 있어.

 

: 콘체르탄테?

 

있잖아 플륫이랑 클라랑 이중협주곡 같은거.

 

: 단찌 이제 같다. 좋은 곡이지. 나도 연주회 기억이 있는데

 

플륫이랑 하는 이중협주곡으로는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해. 곡도 아주 좋고.

클라리넷보다는 플륫이 어려운 곡이지. 클라리넷은 그리 바뻐 ^^ 사실 꿈은 슈포어 협주곡 1번을 하는거야.

 

: 슈포어 1! 멋진 곡이지. 슈포어 협주곡들 어려운데... 특히 2. 너무 어려워, 곡목을 늘려볼라고 연습해 봤는데. 아직도 어렵더라고, 안돼 아직 연주하기엔.

: 하하하, 너가 어렵다고 하는 곡도 있냐? 프랑셰 협주곡도 음반으로 내는 사람이.


: 그럼 어려운건 어려운거지. 프랑셰도 물론 어렵지만, 슈포어는 깨끗하게 해야 되잖아. 칼 라이스터 음반이 정말 깨끗하고 아름답게 연주한 거 같아. 롯시니도 어려워. 깨끗하게 연주해야 하잖아. 틀리면 청중들이 금방 알걸랑. 그런 곡들이 어렵지.


: 그래서 모짜르트가 어렵다고 하는 아닐까? 기교적으로 어렵다기보다,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티가 금방 나니까.

 

: 그렇지.


: 하지만 프랑셰는 기교적으로 너무 어려울텐데. 일단 올림표만 다섯개잖냐. 그래서 말인데, 내림나 클라리넷보단 가클라리넷으로 연주하는게 좋지 않냐? 브라이머 선생 책보면 (“Clarient”) 그런 제안을 하던데.

 

: 앞에야 연주하기 쉽겠지만, 뒤에 가서 어찌 감당하려고? 나로 도약하는 부분 (손시늉), 디가디가디가 이걸 어떻게 가클라로 하냐?

 

: 안되니? 크크크 그럼 브라이머 선생이 직접 안해보고 글만 적어놓으신 거군

 

: 하하하. 그럴 있지. 직접 연주해 보진않고, 악보만 보고 나장조니까 가클라로 하면 쉽겠군이라고 생각한걸 수도

 

: 좋아하는 클라리넷 연주자는? 좋아하나?

 

: 아니 싫어하는 연주자도 있고, 좋아하지만 이런 점은 싫다하는 것도 있고. 예를 들어, 라이스터야 말할 것도 없는 대가인데, 억양이 너무 좋고, 소리도 너무 아름답게 연주하니까. 그런데 뭔가 지루해.

 

: 그건 아무래도 독일식 클라리넷 구조에 기인한게 아닐까? 음량을 맘대로 조절하기가 어려우니까 음악표현에 있어 뵘식을 쓰는 연주자보다 제약이 많잖아.

 

: 맞어, 그래 바로 그래서일꺼야.

 

: 대신 비교적 정확한 음정을 있는 장점이 있으니까. 프라이부릌에 있는 친구가 겪은 얘기 해줄까? 프라이부릌 음대에서 라이스터 선생이 마스터 클래스 할때였는데 말이지, 콘쩨르트 엑자멘 (전문연주자과정) 공부하고 있는 친구는 한국에서 학생이라 뵘식 클라를 쓰거든. 모짜르트를 수업하는데, 부분있잖아 1악장 중간 부분에 나오는 저음부분, 따라라 리라리- 리라요기를 부는데, 라이스터 선생이 멈추게 하는거야. 이렇게 음을 낮게 부냐고 묻더니, 하는 말이 뵘식이지. 이건 뵘식클라로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지…’라고 하시더랜다. 친구 밤새도록 좌절했다는

 

: 하하하! 말도 안되는 얘기야. 뵘식 클라라도 정확한 음정낼 있어. 승수, 너는 누구 연주자가 좋은데

: 여럿있고 때마다 바뀌는데 ㅋㅋ 요즘은 해롤드 많이 들어.

 

: 해롤드? 오호, 정말 좋은 연주자지. 그런데 미국서 봤는데, 사귀기 힘든 사람이더라.

 

: 미국에서도 클라를 공부했니?

디: 미국엔 프랭클린 코헨 선생님한테 배우러 갔지. 코헨씨 정말 좋은 선생님이야.
많이 배웠어.

승: 프랭클린 코헨? 난 그 사람의 브람스 소나타 음반이 있는데 좋아하는 음반 중 하나야. 한참 독일클라 우월주의에 사로 잡혔던 나한테 뵘식으로 표현 가능한 유려한 연주가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이지. 브람스 소나타 음반 덕분에 흉내 좀 내보려고 브람스 연습해 봤는데 역시 어렵더라.

디: 아 그 음반, 코헨선생님이 아버지랑 같이 녹음한 음반이지. 정말 좋은 연주야. 나도 정말 좋아해. 그런데 너가 1번을 해 봤다고? 어려울텐데.

승: 그건 어려워서 못하고, 2번 말이야. 그건 좀 할만하잖아.

디: 3악장 무지 어려운데.

승: 1악장만 했지 ㅋㅋ 브람스 소나타곡은 무엇보다 피아노 연주자가 좋아야 되잖아. 그 음반을 예로 들면 피아노 연주도 특히 좋았어. 그 음반갖고 있는 내 친구들은 독주 클라보다 피아노 반주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 많아. 내 생각엔, 흔히들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라고 하는데, 이 두 곡은 클라리넷을 위한 소나타가 아니야,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이지.

디: 오호... 너 말하는게 꼭 박사님같다. 클라박사님! 클라리넷도 막 전문연주가처럼 연주하는 거 아냐 혹시? 그런데, 너 자비네 마이어는 안 좋아하나? 요즘 고전음악 팬들 중에선 최고 인기잖어.

승: ㅋㅋ 난 클라를 연습하는 시간이랑 연구하는 시간이 비슷해. 그게 나의 문제점이야. 어쨌든 자비네 마이어, 뭐 대가라고 하는데는 전혀 이견이 없는데, 난 별로야. 음악이 너무 정확하고 너무 계산적이라서 싫어.

디: 그치 그치 (응원군을 만난듯...), 딱 여기까지 크레센도, 여기부턴 디미누엔도, 여긴 포르테, 저긴 피아노 자로 잰듯이 연주를 하지.

승: 그런데 오늘, 곡목말인데. 난 사실 클라연주자들이 잘 알려진 곡말고 다른 곡들을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거든. 모짜르트, 베버, 브람스 - 물론 좋은 음악들이지만, 언제까지 맨날 그 음악만 할껀지. 다른 좋은 곡들도 많은데 말이지. 예를 들어, 프랑셰 협주곡 이런거 하면 좋잖아. 튀빙엔이 작은 도시라 대중적인 곡을 한거니?

디: 아니 그건 뭐, 대중적인 곡을 한 이유는 관현악단 때문이야, 동네수준 때문이 아니고. 현악실내악단이라 뭐 다른 협주곡을 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베버 클라리넷 오중주는 다른 작곡가들의 오중주와 달리 관현악단 반주로 해도 아주 잘 어울리거든. 모짜르트나 브람스의 오중주는 딱 그 구성으로만 해야 살지만.

승: 어쨌든 여러 음악가들의 다양한 곡들을 좀 자주 해라. 맨날 모.베.브만 하지 말고. 난 클라연주회가면 지겹다 아주.

디: 하하 이거 요구사항이 많은 팬이군.

승: 그럼 난 돈내고 연주회 보러오는 사람인데.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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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로 죽이 잘 맞아 즐거운 대화는 밤 늦게까지 계속 되었다. 대화내내 입으로 음악을 흥얼거리면서 머리를 흔드는 모습하며, 식사시 자신은 채식주의자라며 엉뚱하게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내온 종업원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등에서 소탈하면서도 약간은 비범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에 일본으로 연주여행을 가면, 가까운 한국에서도 연주회를 해보라는 나의 말에 기회만 된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역시 통하는 사람들은 친구되기도 쉽다. 이 날은 또 한 명의 멋진 클라연주자를 친구로 사귀게 되어 참으로 기분좋은 하루였다.



추신: 혹시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서 디미트리가 사용하는 악기사양을 적어본다.
악기사양
부페 R13 내림나, 가클라리넷
로맥스 나팔꼭지
리코 그랜드 콘체르토 셀렉티드 3호반 리드
뱅드렝 클라식 조리개



© world copyright 2007 by Seung Soo LEE

블로그 글의 저작권은 승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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